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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테더(USDT)'는 더 이상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장의 기초 통화이자, 유동성의 핵심 공급원이며, 때로는 불안정한 시장 속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집니다. 2024년 현재 1,100억 달러가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안정코인으로 군림하는 테더. 그러나 그 거대한 규모와 영향력 뒤에는 복잡한 회사 배경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란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테더의 정체성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암호화폐 생태계의 한 축을 읽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테더는 2014년 '리얼코인(Realcoin)'이라는 이름으로 브록 피어스(Brock Pierce), 리브 셀러(Reeve Collins), 크레이그 셀러스(Craig Sellars)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테더의 성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파이넥스(Bitfinex)입니다. 테더를 운영하는 회사인 '테더 리미티드(Tether Limited)'는 비트파이넥스를 운영하는 'iFinex Inc.'의 자회사입니다. 두 회사는 경영진과 사무실을 공유하는 등 사실상 일체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테더의 초기 신속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비트파이넥스 사용자들은 법정화금(특히 미국 달러)을 테더(USDT)로 쉽게 전환하여 거래소 내에서 빠르게 거래할 수 있었고, 다른 거래소들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테더를 빠르게 상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긴밀한 관계'는 이후 수년간 테더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의 씨앗이 됩니다.

논란의 핵심: "테더는 진짜로 1:1로 달러에 페깅되어 있나?"

테더의 가장 근본적인 약속은 "1 USDT = 1 USD"이며, 모든 USDT는 동일한 가치의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단기 국채 등)로 100% 보유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테더 리미티드는 오랫동안 이 보유 자산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테더가 충분한 준비자금 없이 USDT를 발행해 비트코인 가격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의혹은 2019년 뉴욕총검찰청(현 주무장관)의 소송으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당국은 테더와 비트파이넥스가 8억 5천만 달러의 고객 자금 손실을 은폐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테더의 준비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했으며, 나아가 테더가 사실상 부분 준비금 제도로 운영되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2021년, 테더와 비트파이넥스는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85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고, 향후 2년간 뉴욕 주와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테더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거센 비판과 규제 압박 속에서 테더는 점차 운영을 개선해 왔습니다. 현재는 분기별 보증 의견(attestation)을, 2023년부터는 월간 준비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의 준비자금은 발행된 USDT의 총액을 초과하며, 그 대부분은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한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보고서는 완전한 감사(audit)가 아닌 '보증' 수준이며, 보유 자산의 정확한 내역과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입니다. 또한 테더가 단순히 달러만이 아닌, 중국 기업의 어음(Commercial Paper)이나 다른 암호화폐,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준비자산에 포함시키는 등 그 구성이 변화해 온 점은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